앵두

2020. 6. 17. 21:04say's 농사짓기

어릴 적 6월 즈음이 되면 엄마는 퇴근길에 종종 시장에 들러 비닐봉다리 하나에 빠알간 앵두를 사오시곤 했다.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하고 색에 비해 먹을 과육이 적은 앵두는 거의 나혼자 먹어치웠던거같다. 항상 날 위해 앵두를 사오던 엄마.

그게 나에게 있어 깊은 앵두에 대한 각인이다

 

시간이 흐르고 재래시장이 사라지고 마트가 생기며 덩달아 앵두도 사라졌다.

 

퇴근하는 엄마 손에 앵두가 들려오는 해가 점점 줄더니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그러려니했다.

희안하게도 첫아이를 임신하고 유독 떠오르는 과일이 앵두였다. 한겨울에도 딸기를 구할수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여름이 와도 앵두는 구할수가 없었다. 뻔히 알면서도 배불러오던 겨울 앵두를 구해오라고 남편에게 쌩떼를 썼다. 

체리로는 안되겠냐며 울쌍인 남편에게 임신한 와이프 먹 고싶은것 하나 못구해주냐 핀잔했다.

결국 앵두는 큰애 만삭이던 6월 초 엄마가 어디 나무에 열린 걸 한주먹 얻어왔다며 갖다주셨다. 

세상맛있게 게눈 감추듯 혼자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앵두도 홍옥도 더 이상 농사짓는 곳이 없어 먹을 수 없다는게 슬펐지만 그게 우리나라의 탈 농경이려니 했다.

 

강화도에 앵두나무 두그루

 

아빠가 강은이를 마련하고 여기저기 수리하는데 쫓아가보니 반가운 앵두나무가 두그루나 있었다.

앙상한 나무가지만 봐도 새콤함에 군침이 흘렀다.

바쁜 봄철이 지나고 앵두꽃이 흐드러지게 피고는 열매가 다닥다닥 열었다.

지난주까지는 밍맹한듯 시기만하더니 이번주 내가 강은이에 못다녀간 사이 아빠가 잘익은 토실한 앵두를 한가득 따다주셨다.

새콤하고 빨간 앵두. 톡톡톡.

맛있다. 나는 다시 유년의 추억을 찾았다. 비록 초여름한철 짧은 기억이지만 매년 돌아오는 요맘때의 추억을 우리 범기 민아한테도 줄 수 있을꺼같다.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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