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절미의 피부병

2011. 11. 2. 21:16say's 떡들 이야기

보호소 공고 사이트에 분명히 "피부병이 있음" 이라고 올려져 있었지만 내 상상 이상의 심각했던 인절미...나는 뭣도 모르고 이동장을 하나만 준비해갔고 다행스럽게도 아저씨는 깨떡이를 박카스 박스에 따로 담아주셨다. 보호소에서 나오자 마자 들렀던 차지우 동물병원에서 급하게 두 아이의 범백 키트 부터 한 후 선생님이 인절미의 상태를 설명해주셨다. 곰팡이성 피부병이며 완치에는 두달정도 걸리고 곰팡이 피부병 백신을 놔줄것이다. 사람에게도 옮을 수 있으며 고양이에게는 백프로 옮으므로 격리가 필요하다고...그리고 약욕 목욕을 해야 하는데 심각한 상태이니 가능하면 매일..최대한 자주 씻기란 설명을 해주셨따. 인상 찌푸러지는 돼지를 뒤로 하고 철장을 샀다.
작고 연약한 인절미는 피부병 때문인지 잘 움직이지도 않고 그대로 누어서 하루종일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편안하라고 깔아준 배변패드 위에서 얌전히 울지도 않은채 하루종일을 갇혀지내던 시절...온방안을 휩쓰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일...내 맘에 쏙 박히려 그랬는지 인절미는 모든 행동이 사랑스러웠다. 철장안에 넣어준 작은 박스 화장실에 볼일도 잘 가리고 가끔씩 내가 약발라주려고 손을 넣으면 어찌나 부비거리는지...피부병 따위 나에게 옮는건 대수도 아니었지만, 돼지랑 깨떡이에게 옮길까 하루에도 두번식 철장을 알콜로 소독하고 데톨 손소독제를 사서 미친듯 소독하던 시절...벌써부터 그때가 까마득한데...먼훗날 우리 인절미가 나이들면 그때 일이 생각이나 날까?

너무나 안쓰러운 사진...누워서 "냐~"하고 날 부르는 모습. 사료도 얼마나 잘먹고 물도 얼마나 잘먹던지...햇살 잘드는 창가에 곰팡이가 소독되도록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니 하루종일 얌전히 기다리던 ..

아이폰의 한계지만 저 듬성듬성한 몸 구석구석이며...맨살이 드러나는 귀...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뽀송한 이뿐이지만...그땐 언제쯤 털이 나올까 고민스러웠다는 후문.


아이들을 데려온 첫날은 나도 정신이 하나도 없고, 돼지도 화딱지가 잔뜩 났고(내가 상의없이 일을 벌여서...)아이들은 더더욱 정신이 없던 상황. 의사샘도 정신이 없으셔서 주사만 놔주시고 설사약만 주셨을뿐 인절미 피부병 연고와 약욕 샴푸를 챙겨주지 않으셨다. 급한 마음에 다음날 집앞 이마트 옆에 있는 동물병원엘 인절미를 데리고 찾아갔다....아직도 기억나던 여자 선생님....인절미의 상태를 보시곤 혀를 끌끌 차더니 "어디서 이런 극한의 아이를 데려오셨어요?" -_-;;; 어디서 데려오긴여..보호소에서 안락사 시킨다기에 얼릉 빼왔죠~ "이정도 피부병이면 아이도 힘들어요" 저도 알아요 그래서 데려왔지요~ "어제 갔던 병원에서 구충은 하셨어요? 도대체 거기서 뭐하신거에요?" 젤 중요한 범백 검사를 했지여...살면되지 이따위 피부병이야..."입양하고 이렇게 데리고 나오시면안되여!" 아는데 피부병이 심해서 그랬는데..."다시 이병원 오실꺼에요? 아님 다니시던 병원 가실꺼에요?" 급하면 올께요..
피부병걸린 인절미를 손으로 잡지도 않고 보호자님이 잡아주세요 손대지도 않으며...아이를 다시 이동장에 담아넣자 진료대를 소독하기 바쁘던 그분 때문에..그뒤론 그 병원에 가지 않았다.

연고를 받아와서 발라주곤 핥지 못하도록 카라를 씌워야 하는데 아이가 작아 그런데로 구한 뚜레쥬르 커피 받침...

요렇게 사진 찍으면 또리방 하니 쳐다보던 그때나 지금이나 이쁜 인절미...콧잔등 위에 맨살은 그당시의 애교 포인트...^-^ ㅎㅎㅎ
인절미의 피부병은 총 두달간의 치료기간이 걸렸으며, 도중에 룸메냥 깨떡이에게 옮아 똑같은 치료 기간 및 약욕마다 불꽃 싸닥션을 시전하도록 하였고, 함께 사는 돼지 및 나에게도 옮게 되었다. 그 후로 두달 동안 팔 다리 및 배꼽 그리고 목 턱등에 곰팡이 피부병이 번져 나와 돼지는 의도치 않게 무좀약을 온몸에 바르며(곰팡이 피부병이라 무좀약이 특효라 함) 온몸을 북북 긁어댄 후 완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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