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3. 22. 21:29ㆍsay's 농사짓기
감자..아..감자..그대 감자를 한번 심어보았는가?
지난주에 읍내 구경가자며 날 꾀어낸 남편씨가 분명 읍내에서 수미감자 씨감자를 한박스 샀는데 그 한박스를 눈따라 잘라온다던 엄마가 분감자를 한박스 더 사서 잘라오셨다. 엄마!? 우리 농협에 트랙터 비용 갚는거 감자로 하려고?
이렇게 아무생각없이 주말농장 텃밭이나 가꾸려던 나의 계획은 자의반 타의반 점점 원대해진다.
이번주엔 아빠가 전문가를 한분 초빙해오셨다. 벌써 몇년째 농사를 짓고 계신 아빠 친구분께서 오셔서 일사분란하게 농사를 지휘하셨다.
우릴 기다리고 있던 다소곳한 강은이. 도대체 고랑이 몇개냐? 아후 내년엔 고랑좀 넓직하니 해서 갯수좀 줄입시다. 고랑 사이가 좁아 비닐피복기 쓰기도 어렵다하시네.
수많은 고랑중 감자심을곳에 돌도 고르고 고랑을 다듬는 작업을 하는중. 감독님의 지시하에 일사분란하게 척척.
아저씨 말씀이 감자 심기보다 밭만들기가 더 어렵단다. 감자캐는 날 오는 사람은 얄미운 사람이고 감자 심는 날 오는 사람은 쉬운일 하고 가는 사람이고 감자밭 만드는 날 오는 사람이 진짜 기억남는 사람이라고 하시며 멀칭하는걸 알려주셨다. 비닐 잡는 우리 셋째 고모부랑 아저씨 남편 아빠가 번갈아가며 삽질을 했다.
예쁘게 멀칭된 고랑들..진짜 저 멀칭이 생각만으로도 너무 힘들어보이는데 실제하는걸 보니 더 힘들었고 나도 좀 돕고싶어 반고랑쯤 삽질을 해봤으나 금세 밀렸다. 고생한 우리 남자들..진심으로 농경사회는 힘센 남자들이 대우받고 목소리 크게 낼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울꼬멩이들까지 다 몰려와서 조막손으로 감자를 심는다.ㅎㅎ
수미감자 7줄 분감자 9줄..어마무시하다. 농사가 잘 되면 얼마나 수확할수 있을까? 기대도 되고 캐서 나를일이 걱정이네.
저 비닐 씌우느라 우리 남편 허리가 아작 났고 일요일밤 나는 굽신대며 치킨을 시켜줬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전문가님의 도움으로 푸성귀를 뜯어먹을 밭을 가꿨다.
시금치 당근 부추 상추..자세히보면 대나무 지지대에 씨앗봉지를 끼워뒀다. 뭐심었는지 기억하려고. 점점 심고싶은게 늘어나는 나와 엄마 덕에 전문가님 매우 지치심..
그래도 굴하지않고 열무와 얼갈이배추까지 심었다. 그 와중 왔다갔다 씨앗사고 비닐사오느라 고생한 우리 남편.ㅎㅎ
모두가 분주하게 할일을 한다. 꼭 밀레의 이삭줍기를 보듯 한폭의 그림들같다. 그 와중에 키워 뜯어먹을 생각에 머리속 입속 계속 군침이 도는 나는..ㅎㅎ
셋째 고모부도 토란을 심으실 고랑을 멀칭까지 준비하셨다. 이렇게 풍성하고 다양한 작물들이 강은이 밭을 채워간다.
안쓰던 근육을 쓰며 밭을 만들고 이것저것 심고나니 다들 어이구 어야 끙끙 소리가 절로 난다.
무릎도 삐걱이고 허리도 아프구 여기저기 뻐근한데 참 희안하게도 너무나 뿌듯해. 기대된다. 새싹이 나올 날이 솎아서 나물하고 국 끓이고 샐러드해먹을 그날이 기다려진다.
올해 나는 패피농부가 목표다. 음 목표에 아주 근접했구만.
마치 농업인 잡지에 억대매출 귀농 청년농부로 소개될 느낌의 우리 부부 사진이 남았다. 저 순박하고 착한 표정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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